피아노는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는 건반 악기지만, 처음부터 지금 같은 형태였던 건 아니다.
이 글에서는 피아노가 생겨난 배경부터, 누가 만들었는지, 왜 88개 건반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건반이 왜 ‘라(A)’부터 시작하는지까지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보려고 한다.
1. 피아노가 생기게 된 배경
피아노가 만들어지기 전, 서양에서는 쳄발로(harpsichord)와 클라비코드(clavichord)라는 건반 악기를 사용했다.
• 쳄발로: 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구조라서 음량이 크지만, 강약 조절이 거의 불가능함
• 클라비코드: 건반을 누르면 금속 조각이 현을 눌러서 소리를 내는 방식이었는데, 소리는 부드럽지만 너무 작아서 큰 연주에는 적합하지 않았음
그러다 보니 연주자가 직접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악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피아노포르테(pianoforte)’, 줄여서 ‘피아노’다.
2. 피아노를 만든 사람
피아노를 처음 만든 사람은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 1655~1731)라는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자다. 그는 원래 쳄발로 제작자였는데, 쳄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1700년경, 처음으로 해머가 현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를 만들었다.
이게 바로 ‘피아노포르테’의 시작이다.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피아노는 현재 우리가 아는 피아노와 기본 원리는 같지만, 현대 피아노보다는 훨씬 가벼운 소리를 냈다. 하지만 건반을 누르는 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혁신적인 기능 덕분에 이후 많은 음악가들, 특히 바흐, 헨델, 모차르트 같은 유명한 작곡가들이 관심을 갖고 피아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발명은 피아노라는 악기를 단순한 악기에서 음악의 표현 범위를 넓히는 중요한 도구로 발전시키게 만들었다.
3. 왜 피아노 건반은 88개일까?
처음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피아노는 지금처럼 88개 건반이 아니었고 시대별로 조금씩 건반 개수가 늘어났다.
• 18세기 초반: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초기 피아노 → 약 49개 건반
• 18세기 후반: 모차르트 시대 → 약 61개 건반
• 19세기 초반: 베토벤 시대 → 약 72개 건반
• 19세기 후반: 현대 피아노와 비슷한 형태(88개 건반)로 확립
건반 개수가 늘어난 이유는 단순하다. 작곡가들이 더 넓은 음역을 원했기 때문. 베토벤도 후기 작품에서 기존 피아노의 한계를 느끼고 더 많은 건반을 원했다. 그래서 피아노 제작사들이 점점 더 낮은 음과 높은음을 추가하면서 지금의 88개 건반 체계(7옥타브 + 4음)가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일부 피아노(예: 뵈젠도르퍼)에서는 더 넓은 음역을 제공하기 위해 92개나 97개 건반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88개 건반이 표준이다.
4. 왜 건반은 ‘라(A)’부터 시작하는 걸까?
피아노를 보면 맨 왼쪽 끝 건반이 ‘라(A)’다. 일반적으로 음계를 ‘도(C)’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피아노는 ‘라(A)’로 시작할까?
이건 서양 음악의 역사적인 배경과 관련이 있다.
① 교회 선법과 에올리안 선법(Aeolian Mode)
중세 시대에는 ‘다장조(C Major)’ 중심의 체계가 아니라, ‘교회 선법(Church Modes)’이라는 체계를 사용했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 아이오니안(Ionian) 선법 → 오늘날의 다장조(C Major)
• 에올리안(Aeolian) 선법 → 오늘날의 가단조(A minor)
에올리안 선법(A minor)은 별다른 조표(#, ♭) 없이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A’가 기본이 되었고, 이후에도 A부터 시작하는 음이름(A, B, C, D, E, F, G)이 유지되었다. 즉, 지금 우리가 ’라(A)’라고 부르는 음은 중세 시대에 ‘에올리안 선법’의 첫 음이었고, 이 선법이 가장 기본적인 자연스러운 음계로 여겨졌다.
② 절대 음높이(A=440Hz)와 조율 체계
18세기 이후에는 악기를 조율할 때 A(라)를 기준으로 조율하는 전통이 확립되었다. 지금도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조율할 때 A(440Hz*를 기준으로 맞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조율의 기준이 ‘라(A)’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A’가 음계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영어 음이름 체계에서 A, B, C, D, E, F, G가 사용되었어.
③ 왜 ‘도(C)’를 A로 하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가 ‘도(C)’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장음계(Major scale)가 서양 음악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라(A)’를 기준으로 한 단음계(Minor scale)가 자연스러운 음계로 여겨졌고, 교회 선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A를 기준으로 음이름이 정해졌다.
5. 결론
피아노라는 악기는 단순히 한 사람의 발명품이 아니라, 수많은 음악가들과 시대적 요구가 쌓이면서 발전해 온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88개 건반이나 음이름의 배치도, 사실은 깊은 역사적 배경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음악의 표현력과 감동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악기로 만들어준 크리스토포리 덕분에 음악의 미래가 달라졌고 피아노 음악이 엄청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피아노의 발전은 당시 사람들의 사회적 요구와도 관련이 있다. 18세기와 19세기에는 음악이 점점 더 대중화되고, 궁정이나 교회 외의 공간에서도 연주될 수 있는 장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 속에서 피아노는 가정에서도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자리잡았고, 그만큼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이다. 그래서 피아노라는 악기의 발전이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결과였던 것 같다. 피아노가 생기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그 시대 시대마다 피아노의 역할은 달라졌지만, 그 기본적인 ‘소리를 내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놀랍다.
피아노는 단지 하나의 악기를 넘어서, 시대를 아우르는 문화의 흐름을 담고 있는 중요한 역사적 도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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